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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가 ‘부족한’ 신인왕 후보라고? 제발 승수 말고 ‘내용’을 보자 [배지헌의 브러시백]

드루와 0
-2021시즌 신인왕 레이스, 가장 강력한 후보는 KIA 이의리
-승수가 4승뿐이라 자격 미달? 실제 능력 보여주는 세부 지표는 자격 충분
-역대 투수 신인왕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이의리의 퍼포먼스
-이의리 위협할 후보? 투수는 최준용과 장지훈, 타자는 김태연
 
 
신인왕 경쟁자 문보경, 김태연, 이의리, 최준용(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올 시즌 KBO리그 개인상 경쟁에서 가장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 쉬운 자리는 ‘최우수 신인상’이다. 시즌 초반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온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가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현재까지 독주를 이어가며 ‘이의리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다. 
 
경쟁 후보로 롯데 최준용과 추재현, LG 문보경, 한화 김태연 등이 있지만 올림픽 국가대표로 전국구 스타가 된 이의리를 뛰어넘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최준용이 현재까지 거둔 성적이 2019 신인왕 LG 정우영보다 뛰어나단 사실조차 이의리 대세론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의리의 올 시즌 성적이 신인왕을 차지하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전통적인 야구 기록이자 고루하고 쉰내 나는 기록인 ‘다승’ 때문이다. 9월 23일 현재 이의리의 시즌 기록은 4승 5패. 남은 시즌 6~7번 선발 등판해 전승을 거두지 않는 이상 두 자리 승수는 어렵다.
 
현재 94.1이닝을 던진 투구이닝 역시 남은 경기에서 매 경기 8이닝 이상 던져야 규정이닝을 간신히 채울 수 있는데, 올해 이의리가 던진 한 경기 최다이닝은 6.2이닝이다. 참고로 역대 투수 신인왕 최소 선발승은 2003년 현대 이동학의 7승, 최소 투구이닝도 이동학이 기록한 77.1이닝이다. 이동학은 역대 신인왕 가운데 가장 ‘민망한’ 수상자로 꼽힌다. 
 
올 시즌 이의리 퍼포먼스, 역대 신인왕과 비교해 꿀릴 것 없다
 
 
으리으리한 신인 이의리(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물론 투수의 개인 승수를 근거로 이의리의 신인왕 자격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이미 수없이 논박당하고 증명돼서 더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얘기지만, 투수의 승리는 투수의 능력과 상관관계가 희박하다. 승리는 투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 던지는 동안 동료 타자들이 점수를 내야 하고, 뒤에 나오는 구원투수들이 동점 혹은 역전을 내주지 않고 막아내야 가능하다.
 
아무리 선발투수가 노히트, 퍼펙트로 막은 경기라도 야수들의 공수 도움이 없이는 승리를 거둘 수 없다. 승리는 팀 전체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기록이고 선발투수(혹은 리드한 시점에 던지고 있던 투수)가 이 기록을 대표로 가져갈 뿐이다. 선발투수가 나왔다 하면 9이닝을 완투한 수십 년 전 야구라면 모를까,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 야구에서 선발승으로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건 한심한 일이다.
 
 
역대 투수 신인왕과 올 시즌 투수 신인왕 후보 명단(통계=스탯티즈)
 
 
 
이의리의 소속팀 KIA는 올 시즌 리그 10개 팀 가운데 가장 빈약한 공격력을 보여준 팀이다. 팀 타율 0.244(9위)에 팀 OPS는 0.670으로 전 구단 중에 꼴찌. 팀 득점 역시 433점으로 LG와 함께 아직도 500점을 얻지 못한 유이한 팀이 KIA다. 이의리 등판 경기에서 득점 지원도 3.14점에 불과했다. 이는 규정이닝 70% 이상 선발투수 중에 최소 득점지원이자, 무승 11패 투수 한화 장시환(2.69점) 다음으로 적은 득점지원이었다. 
 
덕분에 이의리는 잘 던지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할 때가 많았다. 데뷔전 5.2이닝 2실점 노디시전을 시작으로 6.2이닝 1실점 하고도 승리실패, 6이닝 4실점 패전,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1실점 투구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불운이 이어졌다. 이 경기 중에 절반만 승리했어도 이의리의 승수는 4승 5패가 아닌 7승 5패가 됐을 것이다. 참고로 이의리가 등판한 경기에서 KIA의 팀 성적은 11승 6패, 등판 시 승률은 0.647로 전체 6위에 해당한다(규정이닝 70% 이상 기준). 이의리는 선발투수로서 제몫을 다했다.
 
투수의 가치를 알고 싶으면 승수가 아닌 투구내용을 봐야 한다. 이의리는 올 시즌 등판시 평균 게임스코어 53.11을 기록했다. 이는 두산의 ‘10승 투수’ 최원준(53.59)과 비슷한 수준으로, 리그 규정이닝 70% 이상 투수 중에 19위에 해당한다. 이의리의 평균 게임스코어는 한화 라이언 카펜터, 김민우는 물론 KIA 외국인 듀오 애런 브룩스, 다니엘 멩덴보다도 높았다. 
 
투수의 투구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 중 하나는 탈삼진이다. 이의리는 올 시즌 이닝당 1개꼴로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 8.84개로 리그 선발투수 중에 국내 투수로는 1위, 전체 순위에선 7위에 이름을 올렸다(규정이닝 70% 이상 기준). 타석당 탈삼진으로 따지면 23%로 리그 6위로 순위가 올라간다.
 
이의리는 리그 선발 중에 가장 안타와 장타를 때려내기 힘든 투수이기도 했다. 이의리의 피안타율은 0.204로 리그 선발 중에 최소 1위, 피장타율 역시 0.290으로 최소 1위였다. 윌머 폰트, 아리엘 미란다, 앤드류 수아레즈, 고영표도 이의리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KBO리그 역대 신인왕 수상자들과 비교해도 이의리의 퍼포먼스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의리의 시즌 평균자책은 3.61이지만 평균자책에 시대, 구장 환경 등을 반영한 조정평균자책(ERA+)은 126.6으로 역대 투수 신인왕 19명 중에 13번째에 해당한다. FIP를 같은 기준으로 조정한 FIP+ 역시 114.1로 역대 12번째, 과거의 신인왕 선배들보다 꿀릴 게 없다.
 
투수 개인 능력과 거의 무관한 승수가 아닌, 투수의 실제 기여도를 보여주는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에서 이의리는 리그 투수 20위에 해당하는 2.26승을 기록 중이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2.98승을 기록할 페이스다. 이는 1988년 MBC 이용철(2.75승)은 물론 2003년 현대 이동학(0.57승), 2009년 두산 이용찬(0.78승), 2019년 LG 정우영(0.66승)은 물론 지난해 수상자 KT 소형준(2.33승)보다도 뛰어난 수치이며 2000년 신인왕 SK 이승호(3.04승)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단순히 다승 숫자만 갖고 ‘신인왕치고는 부족하다’고 하기엔 이의리는 올 시즌 리그 안에서도, 역대 신인왕 중에서도 결코 밀릴 게 없는 후보다. 이런 이의리의 신인왕 자격을 놓고 ‘논란’ 씩이나 벌어진다는 데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이의리 위협할 경쟁자는? 투수는 최준용·장지훈, 타자는 김태연
 
 
프로 6년차 김태연은 알려지지 않은 신인왕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이의리 외 다른 신인왕 후보들은 어떨까. 투수 중에선 시즌 후반 롯데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최준용이 경쟁자다. 최준용은 23일 현재 16홀드로 144경기 기준 20홀드 페이스다. 역대 구원투수 신인왕 중에 최다 홀드는 2007년 두산 임태훈이 기록한 20홀드. 케케묵은 구식 기록으로 따져도 신인왕 자격이 충분하다.
 
세부 투구내용을 봐도 최준용의 신인왕 후보 자격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2019년 신인왕 정우영보다 이닝 수, 경기 수는 적지만 세부 지표와 팀 기여도는 훨씬 앞선다. 이닝수가 부족하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2009년 신인왕 두산 이용찬은 단 40.2이닝만 던지고 신인왕을 차지한 바 있다. 
 
투구이닝과 팀 기여도로 따지면 SSG 신인 장지훈도 충분히 후보가 될 만하다. 장지훈은 47경기에 등판해 61.2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 4.23으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장지훈의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는 1.20승으로 역대 투수 신인왕 중에 이동학, 이용찬, 정우영보다도 훨씬 높은 승리 기여도를 자랑한다.
 
 
역대 타자 신인왕 명단과 올 시즌 타자 신인왕 후보(통계=스탯티즈)
 
 
 
타자 중에는 롯데 추재현, LG 문보경과 함께 최근 한화 김태연이 새로운 후보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2016년 한화에 입단한 김태연은 지난해까지 5시즌 58타석만 소화해 신인왕 자격요건을 충족한다. 군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후반기 1군에 합류, 팀의 4번타자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3일 현재 김태연은 0.330/0.465/0.440의 아름다운 타/출/장 슬래시라인을 기록 중이다. 특히 26개 볼넷을 얻어낼 동안 삼진은 23번만 당하며 뛰어난 선구안과 타석에서의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 출전경기수는 34경기뿐인데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는 1.64승으로 한화 팀내 야수 중에 단숨에 5위까지 점프했다. 
 
물론 한화가 정규시즌 27경기만 남겨둔 상태라, 이 경기에 전부 출전해도 김태연의 시즌 경기수는 61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타석수도 250타석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전망. 역대 타자 신인왕 중에 최소 경기수는 2001년 한화 김태균의 88경기, 최소 타석도 김태균이 기록한 289타석이다. 하지만 워낙 비율 스탯이 뛰어나, 남은 시즌 활약에 따라서는 이의리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기사제공 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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